[이슈인터뷰]‘두번째 스물’ 이태란 “여운 속에서 사랑하고픈 마음 생겼으면”

기사 등록 2016-10-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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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은 기본적으로 ‘불륜’으로 보이기 쉬운 멜로드라마이며, 40대 남녀의 이야기인 만큼 직설적인 대화들도 적잖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 이태란은 이 작품에 ‘도전’했고 그 결과 김승우와의 둘 만의 호흡으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최근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태란은 영화 속 민하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안과의사에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심연에 상처를 안고 가는 그와는 달리 이태란은 쾌활하게 기자를 맞이하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영화를 촬영을 마친지 많이 지났어요. 그래서 얼마 전에 갑자기 개봉 얘기를 듣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하기도 했죠. ‘하는구나, 드디어 하는 구나’ 싶어서 많이 긴장하고 왔어요. 잠도 거의 못 잤습니다. 오랜만의 인터뷰하는 거라, 사실 그때 기억이 가물가물한 정도에요(웃음). 오전에 당시 찍었던 자료를 보면서 그랬구나, 그랬구나 했어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이태란은 긴장했다는 말과 달리 인터뷰하는 동안 홀가분한 것 같은 느낌도 적잖게 있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큼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거리를 두고 얘기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중년의 두 남녀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여행을 하면서 사랑을 나나눈 거에 대한 대화, 그런 부분이 잔잔하게 표현돼서 예술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예쁘다, 잔잔하다, 좋다, 그런 느낌이 들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민하가 결정을 내리는 거잖아요.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죠.”

‘두 번째 스물’은 많은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었지만, 반대로 그 어떤 영화와도 닮지 않았다. 대한민국 40대 중년들의 이야기고, 그것을 실제로 두 남녀배우가 풀어냈기 때문에 그 사실감은 또 다른 영역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이었다.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멜로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이 작품이 나이도 비슷하고 멜로적인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갈등했기도 했죠. 시나리오도 읽다가 덮었었던 걸요. 하지만 신랑이 읽어보고 ‘오케이’해줬습니다. 이거는 연기다, 갔다와라 그렇게 말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촬영 때는 힘들긴 했어요.”

초반과 후반부를 제외하면 오로지 이탈리아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해야 했기에 촬영 시간도 빠듯하고 현장의 여건도 순탄치 않았다. 이태란의 말에 따르면 2015년 3월 한 달 동안 23회차로 이탈리아 장면을 다 찍었어야 했다고.


“이번 작품은 박흥식 감독님께서 토리노 영화제에서 만난 분이 여기서 찍으면 협조하겠다는 분이 있으셔서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감독님이 해외에선 수상경험이 있으시지만 국내에서도 인정도 받고 유명세도 타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만드셨으면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실 제가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서 감독님을 믿고 갔어요. 감독님이 워낙 미술을 잘 알고 계셔서 믿을 수 있었죠.”

그렇게 박흥식 감독을 믿고 연기에 응한 이태란은 영화 속에서 능수능란하게 카라바조와 유럽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었다. 그는 이것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진짜 어려웠어요. 제가 기억력도 안 좋거든요(웃음). 장면들도 전부 다 길었고요. 힘들었는데 막상 닥치니까 하게 되고 집중을 하다 보니 되더라고요. 언제 또 카라바조에 대해 읊겠나(웃음). 재밌었던 경험이고 추억이었어요. 카라바조도 박감독님의 선택이었어요. 영화에 나오는 미술 서적의 저자분하고도 친분이 있기도 했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저도 어려워집니다.”

영화 촬영 1년 전에 결혼한 이태란은 이번 영화가 결혼하기 전에 봤더라면 다른 느낌이었을 거라고 전했다. 그는 ‘이해도’가 달라졌다며 자신의 결혼 생활과 연관지어 ‘두 번째 스물’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결혼하고 1년 만에 촬영했는데 이해도가 달라졌어요. 결혼하기 전에 봤을 때랑 다르겠더라구요. 물론 아직 신혼이고 서로 감정이 너무 좋지만, 결혼하고 나서 너무 다른 남자와 살다보니 이해심이나 그런 게 넓어지고 감정의 폭도 넓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중요한 부분인거 같아요. 사실 아직도 서로 싸우는 거 보면 아직 신혼인거 같아요(웃음).”

그는 동시에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승우에 대해서도 극찬했다. 초반엔 극중처럼 존댓말을 하는 게 어색한 ‘선후배’였지만 이후 연기이기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며, 또 그런 변화에는 김승우의 호탕한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짧은 회차 속 빠른 촬영을 하다 보니 장면에 대한 예민함, 환경에 대한 것들 때문에 스태프도 예민했어요. 혼자서 서너 명의 일을 하니까요. 김승우 선배님은 굉장히 호탕하고 성격이 좋으셔서 잘 끌어주시고 안아주셨어요. 선배님만 믿고 갈 수 있었죠. 같이 출연한 건 처음이라 굉장히 긴장했는데 워낙 편하게 해주셔서 좋았어요. 일부러 배려해주신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무래도 해외촬영이니까 그래서 의지를 해야 할 대상이 배우밖에 없었었는데 잘 통했습니다.”


그는 사실 자신이 이 작품에서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연기활동을 해온 탓인지 자신의 이미지와 다르게 수동적인 편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 촬영동안 좋은 곳을 정말 많이 보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 좋았지만 특히 베르나차가 좋았어요. 만토바와 제노바. 바닷가 절벽에 있는 작은 시골 같은 곳이라 정보 없이 스태프를 쫓아갔는데 너무 놀라운 풍경이었어요. 아쉽게도 촬영만 하고 바로 나왔는데 다음에 다시 와서 묵고 싶을 정도였어요.”

‘두 번째 스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멜로로 찾아온 이태란, 과연 그는 이 영화가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랄까.

“여운이 딱 느껴지다가 나도 사랑하고 싶다, 좋다, 이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상황과 현실이 다른 두 남녀가, 이 사람들의 사랑에 중점을 두고 보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진=필앤플랜 제공)

 

성찬얼기자 remember_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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