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구르미 그린 달빛’ 곽동연, 박보검 못지않은 ‘바른 마음, 건실한 배우’

기사 등록 2016-11-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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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아직은 가발을 써야 알아볼 거 같아요.”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 이하 ‘구르미’)은 종영했지만 여전히 병연이었다. ‘갓동연’을 외치며 자신을 향해 늘어난 폭발적인 관심도 그저 ‘곽동연’이어서라기보다 ‘구르미’의 병연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역에서 올해 스무 살 성인 연기자가 된 곽동연은 새삼 이제 막 발돋움하는 신인 연기자의 마음가짐이었다. 극 중 조선 최고 무사로 백운회에 속한 김병연은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의 죽마고우였다. 비록 백운회의 뜻으로 이영에게 접근했지만, 점차 커버린 우정으로 백운회의 대의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이었다. 이는 곽동연의 깊은 눈빛과 묵직한 내면연기로 흡입력 있게 표현됐다.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장군이로 처음 얼굴을 내민 곽동연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모던 파머’, ‘돌아와요 아저씨’, ‘피리부는 사나이’ 등 10여 작품 속 다양한 모습으로 꾸준히 연기해왔다. ‘구르미’로 박보검, 김유정, B1A4 진영과 함께 청춘스타 반열에 오른 곽동연을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 ‘구르미 그린 달빛’ 종영 소감은?

“경복궁 팬사인회도 하고 세부에 포상휴가도 다녀오고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는데, 하루하루 너무 즐겁고 신기하고 감사해요. 팬사인회가 처음이었는데 드라마의 인기로 극 중 한복을 그대로 입고 팬사인회를 하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고 얼떨떨했어요. 세부 여행 전 스태프들끼리 마지막 인사를 나눴을 때 정이 많이 들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세부에서는 현지 음식이 너무 먹어 보고 싶어서 (박)보검 형과 숙소에서 몰래 나와 근처 식당에 가본 적도 있고, 패러글라이딩하면서 보검 형이랑 서로 고민도 털어놓고 많은 얘기를 나누기도 했죠.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니모 같이 생긴 열대어도 보고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구르미’가 끝나고 일정이 많아지고 인터뷰도 처음으로 이렇게 많이 해보고 신기해요. 드라마가 잘 되니 부모님께서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내색은 많이 안 하시고 ‘감사인사 드려라’, ‘예의 있게 행동하라’ 당부 하세요.”

- 내면연기를 요하는 병연 역할을 소화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예전에 ‘장옥정’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짧게 등장한 게 아쉬웠거든요. 사극을 처음 할 때는 긴장했던 것 같은데 하면 할수록 매력이 있더라고요. 검객에 로망이 있던 찰나에 ‘구르미’에서 제가 병연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너무 기뻤어요. 상상해왔던 연기 요소들을 접목시켜보려 했죠. 일단 병연이는 영이와 굉장히 특수한 관계라 생각했어요.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죠. 작가 분들께서 가급적 표정을 안 쓰길 원하셔서 그렇게 보이면서도 내면을 잘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계산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온전하게 병연이로서 영이 하는 말을 듣고 직접 느끼려 했어요. 미묘한 표정 변화가 저절로 생길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접근한 게 성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 자현당 3인방(박보검, 김유정, 곽동연) 중 상대적으로 출연 비중이 높지는 않았다. 아쉬움도 따를 텐데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었어요. 굳이 이 드라마로 주목을 받자는 생각으로 참여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저 좋은 기회라 생각했어요. 하고 싶던 장르를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한다 생각했죠. 극 중 보검 형과 ‘브로맨스’를 그렸는데, 너무 감사해요. 영이와 병연이의 관계는 특수하잖아요. 절친한 벗인 가운데 갈등해야 했던 관계, 친구를 친구라 부르지 못하는 관계가 너무 애틋했던 것 같아요. 주위에 한두 살 터울의 형들이 많은데 서로 싸워보기도 하고 화해하면서 울기도 했던 게 생각나더라고요.(웃음)”




- 병연과 실제 곽동연의 성격을 비교해 보자면?

“병연 모습 중에 저와 같은 면도 물론 있지만, 저는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거 좋아하고 쾌활한 거 같아요. 한편으로는 과묵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제 스무 살이니까 술도 한잔씩 하기도 하죠. 굳이 취미 생활을 공유하려기보다 친구들과 영화보고 밥 먹고 여행도 가고 제 또래 남자 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스무 살이라는 게 꽤 의미가 있는 나이라 생각해요. 올해가 정말 알차게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하나도 버릴게 없는 한 해가 된 것 같아요. ‘구르미’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고, 성장도 했어요. 그런 점들을 미뤄봤을 때 의미 있게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 ‘구르미’ 출연진은 촬영 현장에서 어떤 모습 이었나

“보검 형은 극 중 여러 상황들이 있을 때, 그런 관계들마다 톤을 자유자재로 연기하더라고요. 영에 제대로 몰입해보였어요. 형 자체가 맑기 때문에 영에 더욱 깊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정이는 장난을 잘 치기도 하지만 집중도 잘 했어요. 저를 ‘병연 형’이라 부르기도 하면서 애교도 많고 귀여운 친구죠. 자기 촬영이 시작되면 순식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아무래도 보검이 형, 유정이가 가장 고생했는데 티를 안내고 해낸 게 참 대단하다 생각해요. 진영 형은 센스가 되게 좋았어요. 감독님께서 즉석에서 다른 톤을 요구하면 바로바로 변하는 게, 음악으로 무대를 한 경험과도 연관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가수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저희뿐만 아니라 스태프분들도 한 가족처럼 지낸 것 같아요. 저희가 장난을 치면 스태프분들도 와서 웃고 떠들고 재미있었어요.”

- 그 밖에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면?

“처음 시청률 두 자릿수를 찍었을 때가 기억나요. 2회까지 8%대였다가 3회에서 시청률이 두 배로 뛰어서 다들 기뻐했죠. 벙벙하기도 했는데 뿌듯하고 더 신경 써서 촬영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17회에서 제가 죽는 장면도 잊히지 않고요.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8회 중 골목길에서 영과 함께 고난이도의 액션을 하는데 너무 더웠어요. 위험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액션을 워낙 좋아하고 과거에도 액션을 소화한 적이 있어서 무리 없이 촬영했어요.”




- 올해 스무 살, 성인으로 거듭나며 청춘 연기를 펼친 ‘구르미’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구르미’가 잘 됐다고 해서 지금과 태도를 바꾸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너무 좋은 친구들과 동료들이 생겼고, 많은 관심과 사랑도 받게 됐죠. 이제부터 연기 폭을 넓힐 수 있게 된 것 같고 한 계단에 더 올라섰다고 생각해요. 아직 저는 항상 부족하다 느껴요. 그렇게 느끼는 게 행복한 것 같아요. 만족을 해버리기보다 앞으로 더 채워가는 맛이 있고 싶어요. ‘전과는 달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굉장히 성취감이 있더라고요. 아직 완벽하진 못하지만 성숙해졌고, 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근차근 해 나아가는 과정들이 행복한 것 같아요. 내면을 다지는 지난 시간 같은 경우 배우의 숙명인 것 같아요. 마음을 다스리고 성장시키는 과정은 배우로서 평생 숙제인 거죠. 그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하고, 하루살이처럼 후회 없이 살려고 해요.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좌우명이에요.”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은 무엇인가?

“최근에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를 재미있게 봤어요. 제가 드라마 장르를 좋아해요. 한 사람의 일대기나 사건들로 변화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야기라 생각하거든요. 영화 욕심 있죠. 아직 제 나이 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잘 없었기도 하고, 드라마 스케줄을 먼저 소화하다보니 기회가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여진구 선배가 연기한 ‘화이’ 역할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유승호 선배님이 선보인 ‘봉이 김선달’이라는 역할도 재미있었고요. 악한 연기 되게 잘 할 자신 있어요. 로맨스가 주가 된 작품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소화할 수 있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도 해보고 싶고요. 병연이는 과묵한 역할이었으니 다음에는 활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기도 해요.”

- 마지막으로 ‘구르미’ 애청자들과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를 비롯해 많은 배우 분들, 드라마를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여러분께서 사랑해주신 덕에 무사히 촬영한 것 같아요. 저희 말고도 스태프 분들이 너무 고생했는데 그 분들의 노고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제가 계획한 대로만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일단은 흘러가는 대로 맡겨 보려고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해보고 싶은 걸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최선을 다 하다보면 분명 알아주실 거라는 생각으로.”


(사진=양지연 기자, 장소 제공=논현동 카페 북티크)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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