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리멤버' 박성웅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열심히 하는 배우 되겠어요"

기사 등록 2016-03-0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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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성찬얼기자] ‘물 만난 고기’, 배우 박성웅이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에서 선보였던 연기를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말이다.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한동안 유지했던 악역 이미지를 완전히 부수고 능글맞으면서도 비장함을 속에 품은 박동호 변호사로 자신만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또한 마지막까지 진우(유승호 분)를 최선을 다해 돕는 조연으로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들의 전쟁’이란 부제가 실은 진우뿐만 아니라 동호의 얘기이기도 하다는 게 세간의 평이었다. 최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박성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아들의 전쟁. 동호 같은 경우는 이원종 선배(석주일 역)를 아버지 뻘이라고 생각했어요. 변호사로 가는 길을 열어준 장본인이잖아요. 부자 관계에서 나오는 재미도 있었죠. 동호나 진우나 남규만(남궁민 분) 모두 그런 갈등이 있었으니까요”

그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부터 “악역이 아니라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그의 능구렁이 같은 연기에 시청자들은 한시도 의심을 놓지 못하는 웃지못할 상황 자주 일어났다. 박성웅은 이에 대해 “확실히 작품 제목이 ‘배신’이라 해도 좋을 만큼 배신하는 인물이 많긴 했어요”라며 재치있는 답변을 꺼냈다.

“사실 처음엔 의아했어요. 저는 한 번도 동호를 악역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드라마에서도 동호가 왜 발톱을 감추고 있는지 나오니까요. 그런데도 시청자분들이 배신할까봐 걱정하시는 게 전작들의 이미지 때문인가봐요. 아니면 다른 인물들이 변심이 많았기 때문이거나. 지금은 시청자분들이 의심할 만큼 관심 있게 봐주셨구나 생각해요.”



단언컨대 박성웅의 박동호는 충격적인 인물이었다. 그동안 박성웅이 맡았던 배역과 비교해봐서도 그렇지만 박동호란 인물만 놓고 봐도 건달과 변호사라는 독특한 이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별한 배역에 어떻게 접근해 나갔는지 박성웅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 식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성웅의 박동호’니까요. 저 같은 경우 ‘내가 생각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해나가면 그 인물이 저를 좇아오다가 어느새 그 인물이 내가 되거든요. 그런 식으로 하면 현장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박동호가 돼있습니다. 지금은 영화를 찍는데 서울말 쓰는 게 어색할 정도로요.”

생각해보니 박성웅은 충청도 출신인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경상도 사투리에 도전했다. 드라마 전에도 “서울 사람 속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던 그지만 작중 박성웅의 사투리는 박동호에게 깊이를 더하며 새로운 인물의 매력까지 부과했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 그 부담감이 컸어요. 그래서 ‘나는 영화 감독이다 2’때 제 작품에 나왔던 장세원이란 연기 후배에게 대본을 보내서 읽는 걸 파일로 받았어요. 그 친구가 부산 출신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 날은 녹음 파일만 130개가 넘더라고요. 안되겠다 싶어 촬영 전날 것만 받았어요. 그걸 들으면서 저만의 부호로 대본에 그렸어요. 그리고 숙지하고 다음 날 촬영장에서 다시 그걸 들으면서 연습했죠. 대사에 억양까지 신경쓰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박성웅은 “그 친구를 쫑파티 때도 불러서 사투리 선생님이라고 소개했어요. 배우니까 다른 분들에게 소개도 해줬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박동호의 능청이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그에게 본인과 박동호가 비슷한지 얼마나 물었다.



“사실 제가 오버하면 박동호가 되요.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더 오버했습니다. 박동호인지 박성웅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죠. 다른 부분도 좀 비슷해요. 남자답고 싶어하고 예쁜 동생들이 있으면 예뻐하고요. 제가 촌사람이라 그런가, 정이 많아요. 이런 식의 연기를 안 시켜줘서 안하는 건데 이번에 어필한 것 같아요. 저로서는 이런 역할이 들어왔고 그 대본을 재밌게 읽었고 그래서 그걸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단정한 수트핏으로 여성팬들의 환호를 받았던 박성웅은 ‘리멤버’에서는 새로운 정장 매력을 발산했다. 바로 박동호의 화려한 의상을 통해서였다. 누구도 소화하기 힘들 그 패션을 통해 박성웅은 박동호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런 걸 입고 어떻게 돌아다니겠어요. 그래도 캐릭터의 장치이자 무기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옷을 입으니까 박동호만의 과장된 걸음걸이를 하게 되고 또 행동들이 애드립으로 나오더군요. ‘리멤버’에서 1년 지나고 차분한 의상을 입게 된 건 대본에도 써있는 캐릭터의 성격이었어요. 변두리로펌을 맡아달라는 진우의 부탁에 책임감이 생긴 거죠. 식구가 많아졌는데 돈도 많이 못 받고... 사실은 옷 살 돈이 없었던 게 아닐까요?(웃음).”

대화중에도 적재적소에 유머를 섞는 그를 보면 오랜 무명시간이 그에게 고통과 함께 모든 걸 이겨낼 여유를 준 게 아닐까 생각됐다.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2013년 영화 ‘신세계’를 통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모두 섭렵한 박성웅은 일에 지칠 때면 그때를 떠올린단다.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어요. 한참 어려울 때, 다른 주연배우에게 인터뷰 하러 온 기자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면서 부러워했었죠. 일 없어서 2년 동안 한 작품 한 적도 있고요.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지금 이렇게 편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그렇게 하다보면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는 거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요? 고민하고 안주하지 않고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배우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면 될 거 같아요.”



그렇게 박성웅의 박동호는 우리들의 브라운관에서 떠나갔다. 하지만 배우 박성웅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는 아직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열심히 연기에 몰두하고 있다. 앞으로 ‘해어화’ ‘그대 이름은 장미’ ‘이와 손톱’으로 대중들을 찾아올 그의 색다른 연기를 다시 만끽할 그때가 기다려진다.


(사진=이슈데일리 변진희 기자)

 

성찬얼기자 saewoonoon@ 사진 변진희 기자 cvcv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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