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 영화]‘더 킹’-‘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부당거래’ 이 시대에 필요한 주제
기사 등록 2017-01-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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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시선을 이끄는 이 영화, 내 취향은 어느 정도 저격할까.’ 문득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영화를 볼 것인지 거를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당신을 위해 이슈데일리 기자들이 유사한 성격의 작품들을 꼽아본다. 연결고리가 흡족한가. 그렇다면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최정상 배우들이 역대 정계 최고 자리를 재조명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이 정우성, 조인성을 필두로 배성우, 김아중, 류준열, 김의성 등 ‘연기킹’이 가세해 밀도 있는 범죄 드라마를 그린다.
‘더 킹’은 대한민국 권력을 움직이며 왕처럼 군림하는 이들의 화려한 세계와 어두운 이면을 그리는 작품. 패권을 차지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 하는 최고의 악인 한강식 역으로 정우성이 압도적이고 날선 카리스마를, 한강식을 따라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 역으로 조인성이 솔직하고 섬세한 감정선을 펼친다. 여기에 한재림 감독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아우르며 그린 규모 있는 연출과 수많은 출연진의 개성 있는 연기가 더해져 작품성을 더한다.
어지러운 현 시국에 더욱 와 닿을 영화 ‘더 킹’이 지난 18일 개봉해 두 번째 주말을 맞은 후 누적관객수 400만(29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을 향하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분위기의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한해선 기자 -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 감독 마틴 스콜세지)
돈과 명예는 인간의 탐욕스런 본능을 일깨우는 아주 좋은 목적이 된다. 비록 성질은 달라도 누림의 정도에 따라 입신할 수도, 타락할 수도 있다. ‘더 킹’에서 명예욕에 눈이 먼 주인공 박태수가 있다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는 돈을 다스리려다 돈의 노예가 되고 마는 조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있다. 얼핏 다른 분야의 이야기이긴 하나 내포하는 메시지는 한 지점으로 귀결될 것이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는 화려한 언변,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를 지닌 조단이 월 스트리트에 입성한 후 자신의 뛰어난 수완을 깨닫고 주가 조작으로 월스트리트 최고의 억만장자가 된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떼돈을 벌어들인 그는 그야말로 돈을 물 쓰듯 술과 파티, 여자, 마약에 아낌없이 쏟아 붓고 왕처럼 세상을 즐기지만, 이후 FBI의 표적이 된다. 이 ‘인생 한 방’을 모토로 화끈하게 사는 조단의 모습이 ‘더 킹’ 속 박태수와 매우 흡사하다. 박태수 역시 검사 자리에 오른 후 한강식 라인에서 함께 갖은 비리와 부정부패를 일삼으며 세상을 주무른다. 술, 여자에 취하는 방탕한 사생활은 물론이다. 하지만 박태수도 인생 나락으로 내몰려 최후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두 영화 속 이야기는 모두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져 한 층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주인공의 사연 자체를, ‘더 킹’은 더 큰 규모로 대한민국 현대사를 재조명한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조단이 “마약 없이는 살 수 없고 욕구는 다 풀어야 하며 정상적으로 살 생각은 하지 말아라”는 말을 상사로부터, ‘더 킹’에서 박태수가 “그냥 권력 옆에 있어. 자존심 버리고”라는 유혹을 한강식으로부터 듣지 않았다면 이들 인생은 좀 더 평탄했을까. 향락의 손짓은 언제나 우리들을 향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 삶을 고민해봐야겠다. 지금, 그리고 여기서 더욱.

#안예랑 기자 - ‘부당거래’(2010, 감독 류승완)
선인 vs 악인의 대립은 식상해진지 오래다. 관객들은 조금 더 센 주인공을 원한다. 흔히 이들을 ‘안티히어로’라고 한다. 정의를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할뿐이다. 악인에게 100분 내내 당하기만 하다가 마지막 10분을 남겨두고 겨우 승리하는 선인을 응원할 바에야 그냥 나쁜 인간들만 나오는 영화를 보겠다. 최근 영화계는 말 그대로 ‘나쁜 놈들 전성시대’다. 영화 속에는 그저 ‘나쁜 놈’과 ‘덜 나쁜 놈’만 있을 뿐이다. ‘더 킹’도 그런 영화다. 착하게 살다가 피해보는 사람이 없다. 피해를 보더라도 ‘자업자득’이라는 말로 설명이 되니 관객들은 그저 떨어져 있는 자리에 앉아 흥미롭게 그들의 전쟁을 지켜볼 뿐이다. 이번 주 [그렇다면 이 영화]는 가장 정의로워야 할 검사와 경찰들의 비리를 다룬 영화 ‘부당거래’다.
말 그대로 ‘부당거래’가 판친다. 선한 인물은 한 명도 없고 악인들의 대립만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비리 경찰 최철기(황정민)와 비리 검사 주양(류승범). 두 사람이 펼치는 속고 속이는 심리전과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사회의 부조리를 해결하려는 인물은 한 명도 없고 검사, 경찰, 언론사, 정재계가 결탁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부당거래를 한다. 감독 류승완도 “영화를 만들고 나니 다큐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의 부조리함을 모두 담았다. 경찰도, 검찰도 누구 하나 ‘정의’를 위해 사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매력적인 영화다. 감정이입을 해야 할 인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더럽고 음습한 사회의 전체적인 이면에 초점을 맞췄다. 실생활에서는 알 수 없던 그들의 은밀한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준다. 여기에 두 악인들이 서로를 물어뜯는 모습을 통해 적당한 스릴까지 느낄 수 있다. 악인들 중 누구 하나가 잘못 되더라도 관객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없으니, 영화의 매력은 이런 부분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진=‘더 킹’,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부당거래’ 포스터 및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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