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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남극의 눈물' 인간은 남극의 도전자일까, 침입자일까

기사 등록 2011-12-2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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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상준기자]남극이 전설의 대륙에서 인간에게 발견된지 100여년, 아문센의 남극점 도달부터 인간들은 꾸준히 남극대륙을 정복하기 위해 나섰다. 각 국은 앞다투어 기지를 건설하고영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아마존의 눈물'과 같이 '남극의 눈물'기획의도 자체는 그 곳의 주인과 그 곳에 살고있는 주인들의 삶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다만 남극에는 사람들이 아니라 펭귄, 고래와 같은 동물들이 주인이죠"

‘남극의 눈물’을 연출한 김진만 PD 등 MBC 다큐 제작진은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갖고 '눈물 시리즈'의 최종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2년이 넘는 촬영기간, 1000권이 넘는 테이프를 통해 아직도 낯설기만한 대륙 남극과 그곳의 주인들의 삶, 그리고 새로운 주민이 된 인간에 대한 이야기와 화두를 담았다.

그동안 근접 촬영하기 어려웠던 황제펭귄의 일상과 아델라 펭귄 등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들의 삶을 담았다. 또 대륙팀과 해양팀으로 나눠 혹등고래, 바다해표의 물 속과 뭍 위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영하 60도의 추위와 블리자드, 촬영에 전혀 개입할 수 없는 통제불가능한 상황과 사건과 맞닥뜨리며 싸워야했다. 북극, 아마존, 아프리카 등 각종 오지 촬영을 거듭해왔던 제작진이었지만 남극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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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촬영 기획단계에서부터 불거졌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남극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남극을 취재하기 위해서 현지 기지에 거점을 두어야만 했다. 하지만 황제펭귄 서식지와 비교적 가까운 기지들은 모두 거절했다. 결국 호주의 모슨기지만이 월동대원으로 활동을 조건으로 합류를 허락했다. 제작진은 모슨기지에 '손님'으로 간 것이 아니었기때문에 혹한에서 몇 주간 촬영을 나갔다 돌아와도 기지안의 잡무를 맡아서 해야만 했다.

두번째 문제는 추위. 남극의 겨울은 3월부터 11월까지 하지만 황제펭귄은 남극의 겨울을 이겨내며 산란과 부화의 과정을 마치기때문에 제작진은 월동기지 대원들도 활동을 꺼려하는 남극의 겨울맛을 제대로 맛 봐야했다. 촬영팀은 24가지 옷을 껴입고도 버티기 힘들었다. 송인혁 촬영감독은 맨얼굴로 촬영하다 얼굴에 동상을 입고 긴급 후송되기도 했다.

추위는 사람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일본의 한 다큐팀도 남극을 담기위해 패기있게 나섰지만 카메라가 고장나 아무것도 하지못했다는 일화가 있듯이 장비들이 버텨내지 못했다. 송인혁 촬영감독은 다양한 영상을 담기위해 가져갔던 DSLR은 진작부터 작동하지 않았고 급기야 충전기가 고장나는 사태까지 번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고쳐내냈다. 송 감독은 ENG카메라를 추위와 습기로부터 자식보다 더 아껴줘야했다는 웃지못할 뒷 이야기를 털어놨다.

하지만 제작진을 엄습했던 것은 철저한 고독이었다. 사실상 이들은 300일 이상을 남극에서 고립돼 있던 것. 평소 죽이 잘맞는다는 이들이지만 매일 새로운 소식없이 이야기거리마저 떨어져가면서 기지 안에서 외로움과 향수병을 참아내야만 했다.

그런 이들에게 남극의 서식동물과 지구가 아닌 것같은 남극의 풍광은 가장 큰 낙이었다. 까다로운 촬영규약때문에 멀찌감치서 황제펭귄을 담았지만 이내 펭귄 쪽에서 규약을 깨고 다가오기도 하면서 자연스러운 장면들이 포착됐다. 송 감독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300~400마리의 펭귄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고 회상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펭귄 수컷들이 매서운 블리저드 속에서도 자신의 알을 지키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내는 장관이었고 이 때문에 김진만 PD는 "나도 아이를 갖고 싶더라"라고 술회할 정도였다.

하지만 제작진이 흐뭇한 장면만을 목격한 것은 아니었다.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새끼 펭귄을 관찰자로서 지켜만 봐야했던 안타까움도 있었고 인간에 의해 생태계가 바뀌어가는 씁슬한 장면들도 목도했다. 폐허가 된 남극 기지에 서식하는 쥐들은 이제 환경문제로 발전했고 남극대륙 전체의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펭귄과 해표의 떼죽음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그래서 제작진은 '남극의 눈물'을 통해 자연을 담은 기록을 넘어서 함께 사는 지구를 위한 사람들의 역할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남극의 눈물'은 인간의 남극대륙 진출의 욕망이 칩입이 아닌 도전이 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든다.

한편 ‘남극의 눈물’은 23일 밤 11시5분 프롤로그 방송을 시작으로 내년 1월, 매주 금요일밤 안방 극장을 찾는다. 1월27일에는 4부와 에필로그가 함께 방송된다.

박상준기자 sj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