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이슈찾기]‘곡성’ 쿠니무라 준-‘덕혜옹주’ 토다 나호-‘밀정’ 츠루미 신고, 韓영화 빛낸 日배우

기사 등록 2016-10-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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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한국 영화 속에서 일본 배우를 만나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지만, 올해 유난히도 한국 스크린에서 두각을 드러낸 일본 배우들이 부쩍 늘었다.

그 시작은 지난 5월 ‘곡성’(감독 나홍진)부터였다. ‘외지인’에 대한 의심과 믿음을 그리며 소름 끼치는 서스펜스를 끊임없이 선사한 ‘곡성’에서 외지인 역으로 활약한 이는 일본 대배우로 손꼽히는 쿠니무라 준이었다. 그는 지금껏 보인 적 없던 상상초월의 분장과 열연으로 영화에 깊은 잔상을 남기며 ‘곡성’을 칸국제영화제에 진출케 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온몸으로 악(惡)을 표현한 그의 캐릭터는 영화의 화제성만큼이나 각종 패러디를 양산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6 무한상사 특집에도 깜짝 출연하며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실감했다.




8월에는 일본 여배우가 극장가를 장식했다. 주연은 아니지만, 드라마와 영화 모든 분야에서 친근한 이미지의 조연으로 꾸준히 활동해온 토다 나호는 ‘일드 좀 봤다’하면 익히 알만한 얼굴.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처절한 삶을 다룬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에서 토다 나호는 영친왕 부인인 이방자 여사로 등장했다.

이 뿐만 아니라 영화에는 과거 KBS2 ‘미녀들의 수다’로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논한 바 있는 아키바 리에가 일본인 정신병원 간호사로 깜짝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덕혜옹주’에서 이들은 일본의 만행으로 일생이 짓밟힌 덕혜옹주의 억울한 사연에 함께 가슴 아파했다. 같은 여성으로서는 동감을, 식민지 지배국가의 한 국민으로서는 위로를 건네며 원죄를 대신 회개했다.




지난 9월에는 또 한명의 명품 일본배우가 한국 관객들 앞에 일제 강점기 자국의 단면을 펼쳤다. ‘밀정’(김지운 감독)에서 조선총독부 경무국 부장 히가시로 분한 츠루미 신고는 밀정이기를 고뇌하는 이정출(송강호 분)에게 줄곧 단호한 태도로 의열단을 향해 악행을 사주했다. 묵직하게 건네는 말 몇 마디만으로 송강호와 숨 막히는 날선 신경전을 벌이는 츠루미 신고는 의열단에게 직접적인 고문까지 서슴지 않고 가하며 악독한 일본인 수뇌부를 재연했다.

과거 스치는 존재, 감초 정도의 비중으로 한국 영화에 등장했던 일본 배우들은 직접 일제강점기 속 다양한 군상, 극 전반을 휘어잡는 의문의 존재감을 통해 한층 적극적으로 한국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이 선사하는 이국적인 분위기는 작품을 흥행으로 견인하는 역할로도 큰 활약을 했다.

해방 이후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해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여전히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자국민들의 비판이 따를 수 있음에도 이를 감내하고 시대극에 뛰어든 쿠니무라 준, 토다 나호, 츠루미 신고의 용기는 분명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


(사진=‘곡성’ ‘밀정’ 스틸컷, 호리프로, 아키바 리에 인스타그램)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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