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환의 드라마 초이스]'기억', 출중한 미장센과 명연기의 하모니

기사 등록 2016-03-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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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소준환기자]기억을 잃어가는 남자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다룬 여정이 시작됐다. 진중함이 터부시 되는 현시대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건 역설적으로 묵직함이라는 명제와 함께 tvN 새 금토드라마 ‘기억(극본 김지우 , 연출 박찬홍)’이 의미있는 서막을 열었다.

18일 오후 첫 방송된 '기억'에서는 이성민(박태석 역)이 출세가도를 달리며 '성공'에 걸맞는 일상을 누리는 장면이 담겨졌다. 그렇게 '기억'은 이번 첫 방송을 통해 두 가지 의미를 시사했다.

첫째, 박태석은 1화에서 인생의 황금기 시절을 보내고 있는 바 앞으로 펼쳐질 비극에 대한 극명한 대비를 예고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잘 나가는 변호사로서의 면모를 소소한 에피소드부터 실제 사건을 맡는 상황까지 오가며 드러냈기 때문에 현 시점의 박태석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이는 박태석이 곧 마주하게 될 '알츠하이머'란 비극과 상반된 인생관을 보이기에 뜨거운 역설을 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박태석이 지니게 될 역설은 삶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있다'는 말처럼 그의 출세지향적인 세속적 인물상이 그려질수록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림자는 한층 극의 감성을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기억'의 미장센은 드라마의 방식이 아닌 영화의 어법에 더 가깝다. 이는 '기억'의 작품성을 높였다.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앵글과 빠르게 교차 편집되는 진행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통속극이 아님을 연상케 만들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장센에는 연출자의 의도와 극의 메시지가 담겨지기 때문에 '기억'이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삶의 가치'와 '진정한 사랑'에 대한 화두는 훨씬 더 몰입도 있게 펼쳐질 수 있다.

이는 극 초반에서 나타났듯 이성민은 누군가와 전화 통화에서 "너 농담이면은 내 손에 죽어"라며 윽박을 질렀으나 TV 화면 속에는 사고 현장이 흘러나왔으며 이성민은 "그의 말대로 인생의 불행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찾아온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렀다. 이를 통해 '기억'은 밀도있게 구성된 미장센을 통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보다 더 집중시켰다.

이후 전개는 사고 발생 이틀 전으로 전환됐다. 그는 일상처럼 출세 가도를 달리는 변호사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내와의 전화 통화에서 자신의 지갑 위치를 잊어버리는 모습을 내비쳤다. 복선과 암시가 시작 된 것. 이 같은 복선과 암시, 대비와 대조는 구성과 미장센의 영역이기에 '기억'은 치밀한 기획력과 탄탄한 연출력을 확보했음을 1화에서 보여줬다.



이처럼 '기억'은 흡입력있는 전개로 화려한 서막을 열었다. 1화를 통해 예상할 수 있는 건 앞으로의 전개는 깊이와 넓이를 오가며 흘러갈 것이라는 점이다. 박태석이 지닌 '아픈 역설'과 출중한 연출력이 합쳐졌기에 그렇다. 또 이야기의 풍성함도, 극적인 흥미와 감동도 결국 미장센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기억'의 1화는 '이성민의 연기력은 어디까지일까'라는 질문 역시 남겼다. 그는 최근 영화 '로봇,소리'와 '검사외전'에서 각각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해관 역과 비열함이 깃든 우종길으로 분하며 상반된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한 바 있다. 그 기세를 이어 박태석 역할 역시 호연을 펼칠 것으로 평가되나 '기억'은 캐릭터의 특성상 사실적인 중년의 삶을 표현해야 되므로 전작들을 넘어 역대급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을 모은다.

'기억'이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기억하게 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여정은 시작됐고 이제 우리에게 함께 울고 웃을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지키고 싶었던 삶의 가치와 가족애를 그려낼 '기억'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tvN '기억' 방송화면 캡쳐)

 

소준환기자 akaso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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