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변요한이 아직 팬미팅 하지 않는 이유

기사 등록 2016-12-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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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독립영화 때 많이 넘어져 봤기 때문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고 봐요. 연기할 때 신조로 생각하고 있어요.”

과거 tvN 드라마 ‘미생’ 한석율의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면 자못 당황할 수 있다. 실제 배우 변요한은 생각보다 훨씬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완성도 있게 수정하며 아직 인터뷰에 익숙지 않는 풋풋함이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 속 1985년을 사는 과거 수현과 꽤나 흡사했다.

변요한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이슈데일리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대한 뒷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곱씹었다.

“원작이라는 부담감이 크긴 했죠. 워낙 연기 잘 하시는 윤석 선배님도 계시고. 고민 많이 한 것 같아요. 감독님이 주신 대본과 원작 배경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우리나라 정서를 어떻게 잘 표현할지가 관건이었어요. 마지막까지 긴장하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는 제가 확신을 가지고 감독님을 믿은 게 맞았구나 생각했어요. 표현이 잘 된 것 같아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현재의 수현(김윤석)이 30년 전 자신인 과거의 수현(변요한)을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프랑스 인기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을 세계 최초 영화화한 작품으로, 김윤석과 변요한의 2인 1역 열연이 돋보인다.

“윤석 선배님이 연기 선배님이자 인생 선배님이기 때문에 부담도 있었고, 작품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를 고민했죠. 제가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었어요. 30년 후의 수현이 왜 과거 수현을 찾아왔을까 본질을 생각해봤고, ‘연아는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제 캐릭터보다 대상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그 많은 흡연 장면 등 모든 이유가 찾아지더라고요. 입모양과 앉은 자세 같은 작은 디테일까지 닮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윤석 선배님을 계속 관찰했죠.”

“서로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자세도 그렇고 연기 스타일도 연극 같은 걸 많이 해서 비슷한 것 같았어요. 저도 현장에 가면 자신을 온전히 맡기고 연기하고 싶어요. 촬영장에서는 변수가 많잖아요. 그런 걸 많이 예상하고 떨치고 싶어요. 윤석 선배님도 저처럼 현장에서 가만히 안 계세요. 고민하는 흔적일 거예요. 일을 하러 왔으면 계속 고민하는 게 맞다 생각해요. 뒷모습만 보고도 많이 배웠어요. 나라면 저 나이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고요. 좋은 가장이자 배우이신만큼 치열하게 고민하신 것 같았어요.”

김윤석이 변요한과 자신이 닮았다고 밝혔듯 변요한 역시 김윤석을 데칼코마디로 여겼다. 비록 30년의 시간차가 있긴 해도 어쨌든 한 사람을 그려야했기에 연기에 내공이 필요했다. 신기하게도 닮은 부분이 있어 보다 완성도 있는 디테일이 그려질 수 있었다. 신인 배우 채서진과의 알콩달콩한 연인 호흡도 상당히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미니멀하게 표현함에도 큰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 생각해요. 자신감도 있고 섬세하더라고요. 제가 없는 부분을 많이 채워줬어요. 연기를 잘 해줘서 감사해요. 커플연기, 민망하긴 했지만 둘 다 연아, 수현으로서 열심히 연기했어요. 원작에서도 서로 굉장히 사랑하잖아요. 얼마나 사랑하는지 최대한 표현하려 했어요. 연아는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를 계속 고민했죠. ‘내가 연아를 지켜준 걸까, 연아가 나를 지켜준 걸까’ 하고요. 실제로 서진을 봤을 때 그런 부분이 많이 느껴졌어요.”

첫 사랑 연기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실제 첫 사랑의 기억도 물어봤다. “31살인데 이제는 흐릿한 기억이죠. 학창시절에 첫 사랑과 비오는 날에 같이 우산 쓰고 걸어간 기억이 나네요. 수줍음이 많아서 대화를 많이 한 적이 없었어요. 말을 거의 못 했어요. 첫 사랑이라는 게 대게 이뤄지지 않는 거잖아요. 서툰 모습 그 자체였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는 현재 수현이 캄보디아에서 한 노인으로부터 받은 10개의 알약이 가장 핵심 소품이다. 변요한에게도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세월을 많이 거치진 않았지만, 실제로 돌아간다면 실패했던 걸 굳이 성공시키려 하진 않을 거예요. 미디어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고 주변 친구들은 ‘성공했네’라고 할 수 있지만 성공의 기준은 자기가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저는 하루하루 작품으로 사는 ‘하루살이’라 생각해요. 한 작품씩 끝날 때마다 좋은 기록을 남기면서.”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으로 대중에게 돋보인 변요한은 사실 꾸준하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2011년 단편 ‘토요근무’부터 ‘소셜포비아’ ‘들개’ ‘마돈나’ 등 수많은 독립영화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 받았다. 상업 영화 ‘노리개’ ‘감시자들’ ‘우는 남자’에서는 조연으로 출연하다 드라마 ‘미생’ ‘구여친클럽’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발군의 연기를 펼쳤다. 이번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상업 영화 첫 주연작이 됐다.

“예. 메이저 진출하고도 싶었죠. 그런 생각 안 하는 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어요. 메이저 작품에서 연기하는 데 막상 크게 다를 건 없더라고요. 조급함의 기준도 명확하게 서지 않으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인 것 같아요. 성격이 그래요. 지금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늘 가슴에 손을 대고 맹세코, 흥행 기준은 없어요. 성숙하지 못했을 때 많이 고민하면서 지금 느끼는 건, 배우는 작품으로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게 맞다 생각해요. 작품을 위해 나를 버릴 줄 알아야 하죠. 아마 모든 아티스트가 그럴 거예요. 오래오래, 해가 지나도 또 보고 싶은 영화를 찍고 싶어요.”

“‘미생’을 찍고 나서도 많은 사랑에 너무 감사했어요. 예전에 ‘취하지 않을 거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걸 지켜 나아가려고요. 그 시기도 감사하고 지금도 감사하고 제가 연기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감사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욕도 칭찬도 받을 수 있는 거고. 재미있고 신기해요. 욕먹으면 열심히 하면 되고요.(웃음) 무대에 많이 서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잘 준비해서 연극, 뮤지컬 무대에도 계속 오르고 싶어요. 노력하는 만큼 빛난다고 생각해요. 치열하게 작업하고 싶어요. 캐릭터 분석이 끝나고서 상대 배우와 만났는데 퍼즐이 맞춰지는 게 느껴지면 희열 느껴요.”

데뷔와 동시에 일약 스타가 된 경우는 아니지만, 단편부터 한 계단씩 차근차근 도약해온 변요한. 86년생치고 꽤 고가도로를 탄 것 같지만 정작 자신이 가야할 길은 멀다며 손을 내저었다.

“작품으로 먼저 팬들에게 선물을 주고 입증하고 싶다는 생각에 팬미팅을 안 해왔어요. 나중에는 소수 인원이라도 팬 분들과 식사를 하고 싶어요. 아직 갈증이 엄청 많아요. 아버지가 ‘미생’ 때 ‘너에게 변하지 않는 게 무엇이 있을까. 변하지 않는 걸 찾아라’고 말씀하신 게 생각나요. ‘변하지 않으려면 네가 한결같아야 한다. 겸손해야 주변이 변하지 않는다’면서요. 그 말에 정말 공감해요.”

“이번 영화 촬영이 끝나고서 ‘내가 김윤석 선배님 나이까지 연기할 수 있을까’ 뼈저리게 느꼈어요. 가장이면서 치열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되게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어요. 좋은 타이틀이 생겨도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도 생각 들었고요. 최근에 같이 영화 ‘하루’(가제)를 촬영하고 있는 김명민 선배님에게 언제 데뷔하셨는지 물으니 ‘20년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 듣고 제가 ‘신기하다’고 했거든요. 그 때도 치열하게 고민해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배우가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모두 너무 동경합니다.”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한해선기자 chu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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