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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싱글라이더’ 감성·기교 과다의존, 워너브라더스의 옳은 선택일까

기사 등록 2017-02-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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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예술’이라는 영역을 명확히 정의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영화가 그릴 수 있는 다양한 장르 중에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는 미스터리 감성 드라마라는 복합적 장르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는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 시구가 인용되는 도입부부터 ‘싱글라이더’는 자신의 색깔을 알린다. 이 시구를 접했을 때와 같은 모호함이 극의 전반적 분위기인 것이다.

영화는 대한민국 명불허전 배우 이병헌을 전면에 내세우며 의문의 상황에서 그의 시점을 따라다니는 것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키워간다.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가장 재훈(이병헌)이 부실채권사건 이후 회사를 그만 두고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은 깊은 사연을 담은 눈빛 하나만으로 97분의 러닝 타임을 꽉 채워 이끌어나간다. 호주로 날아온 재훈은 아내와 아들이 자신을 잊고 옆집 남자와 즐겁게 지내고 있는 현실에 직면한다. 누구라도 격분할 상황이지만, 재훈은 그들의 주위를 맴도는 것에 그친다. 그저 아내를 따라다니며 상황만 파악할 뿐이다. 이는 충격적 반전에 다다르도록 궁금증을 자아내는 핵심 전개방식이지만, 한편으로는 관객들로 하여금 반복되는 재훈의 무력함과 좀처럼 풀리지 않는 전말에 답답함이 고조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이주영 감독은 영상미로 인물의 모호함을 부각시킨다. 지금껏 단편영화와 다수의 CF, 뮤직비디오를 통해 감성 연출을 선보여온 이 감독은 영화 내내 끊임없이 미장센을 쏟아낸다. 인물의 감정선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재훈이라는 남자가 존재하는 공간을 진한 감성으로 담아낸다. 하지만 촬영적 기교에 너무 의존한 티가 난다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는 영화를 연출한 이 감독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싶었다”고 밝힌 주제와 맞닿아있는지 의문이기도 할뿐더러, 차마 전달할 수 없는 버거운 이야기의 맥락을 모호한 장면들로 ‘설득력’이라 과대 포장한 것일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예술 영화가 범한 오류를 ‘싱글라이더’ 또한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관객들이 현혹당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할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극 말미에 밝혀지는 반전과 결말은 충격과 허무함, 황당함 그 사이를 맴돌 수 있어 감성에 치우친 연출 스타일이 자칫 ‘허세’로 비춰질까 걱정도 따른다.

‘싱글라이더’는 ‘밀정’에 이어 워너브라더스가 두 번째로 투자와 배급을 맡은 한국영화다. 하지만 두 영화의 성격은 극명하게 다르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의열단과 일본경찰의 암투와 회유, 교란작전을 숨 가쁘게 펼친 ‘밀정’은 대중의 입맛을 정확히 겨냥한 작품이었다. 이와 전혀 다른 연출 스타일을 보이는 ‘싱글라이더’가 과연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워너브라더스의 한국영화시장 정착 성공여부가 이번 작품의 흥행으로 판가름 나지 않을까.

(사진=‘싱글라이더’ 포스터 및 스틸컷)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