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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침묵’ 박신혜, ‘욕심쟁이’ 그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은 이유

기사 등록 2017-11-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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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이슈데일리 김윤기자] 최민식과의 기싸움에서 지지 않는 배우가 있을까.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최민식 앞에서 언성을 높이고 에너지를 폭발시키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박신혜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잔잔하지만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박신혜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저를 정의감 넘치는 이미지로 봐주신 것 같아요.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제 갈길 가던 그 모습이 작품에 빗대어져 나온 것 같아요. 저는 영화에서 더 정의감 넘치고 그런 모습도 많이 보여드렸지만, 조금은 희망적인 사람이고 싶었어요. 희망적인 캐릭터로 남고 싶어요.”

박신혜는 ‘침묵’에서 최민식의 딸을 변호하는 최희정 역을 맡았다. 최희정은 변호를 엄청 잘하지도, 처세술에 능하지도 않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고 정이 간다. 박신혜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연기한 최희정을 ‘희정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보였다.

“희정이는 정의감에 넘치지만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무기력하고, 임태산에게 휘둘리기도 하고, 난관을 헤쳐 나가기엔 변호사로서도 부족해요. 희정이의 무너지고 넘어지고 그럼에도 신념은 지키고자 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압박감에 둘러싸인 희정이를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당시에는 너무 어려웠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았어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감독님께서 잘 채워주셔서 감사했어요.”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침묵’의 정지우 감독은 디테일한 연출로 유명하다. 박신혜는 정 감독과 섬세한 작업을 함께 하면서 감독이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 더욱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한다. 정 감독은 박신혜가 연기 하는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고뇌할 수 있게끔 설명을 해주고 상황을 만들어줬다고.

“예민한 작업은 오랜만이었어요. 정지우 감독님이 파고드는 예민함이 있으시거든요. 예리함도 있으시고. 심문을 하는 장면을 굉장히 자신감 넘치게 물어볼 거라고 생각하고 현장에 갔는데 감독님이 ‘아무래도 희정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에게 질문을 건네야 하는 상황인데, 질문을 어떻게 유도를 해낼 수 있을까?’라고 하셨어요. 그 디테일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죠. 그런 걸 전혀 생각 못했거든요.”

박신혜는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영화에서는 주로 조연으로 등장해 관객들의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를 선택할 때만큼은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

“남들이 걷는 쉬운 길을 왜 안 걷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예를 들어 ‘주연으로 왜 영화를 안 해?’,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왜 안 해?’같은. 하지만 저는 분량 보다는 한 사람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좋다면, 그 역할을 연기하는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솔직한 부분들이 많잖아요. 작은 이야기도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박신혜는 2009년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한류스타로 발돋움했다. 이후 ‘상속자들’, ‘피노키오’, ‘닥터스’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팬들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 넘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느끼는 감정은 ‘걱정’이다.

“한류스타에 대한 건 너무 감사하죠. 제가 가지고 있는 그릇보다 너무 많이 담겨서 제 그릇이 깨질까봐 늘 걱정해요. 오히려 한류스타라는 이미지 때문에 내가 더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부분들이 있는데 안 드러나는 게 아닐까 걱정돼요. 처음에는 ‘예쁜 한류스타’라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저는 털털하고 좀 더 솔직한 사람이고 싶은데, 혹시나 덜 솔직해 보이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했었어요.”

박신혜는 자신을 ‘욕심쟁이’라고 말한다. 배우로서의 삶과 개인의 삶,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박신혜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늘 보여줬던 바른 이미지 말고 다른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비춰지는 이미지가 항상 좋아야 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사는 건 싫어요. 그래서 조금 더 망가져도 괜찮을 것 같아요. 굉장히 솔직하고 약간 상스럽더라도 인간적인 한 사람을 표현해보고 싶어요. 한 여자로서는 친구들하고 여행 다니고,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제 건강한 개인의 삶을 즐기고 싶어요.”

김윤기자 kyun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