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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뷰]‘아이 캔 스피크’ 신선한 반전 그리고 진심

기사 등록 2017-09-0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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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이슈데일리 김윤기자]깜빡 속았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추석만을 노리고 개봉하는 그저 그런 평범한 휴먼 코미디가 아니었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코가 찡하고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김현석 감독이 6일 열렸던 언론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최대한 편안히 보다가 뒤통수를 맞게 하고 싶어 고민이 많았다”고 밝힌 연출 의도는 성공한 듯 보인다.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왕 도깨비 할매와 원칙주의 9급 공무원이 영어로 얽혀 색다른 사제지간으로 거듭나며 진심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초반 휴먼 코미디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한다. 옥분(나문희)과 민재(이제훈)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다가, 민재가 옥분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소소한 감동을 주기 시작한다.

구청 직원들과 시장 사람들도 한 몫 했다. 진주댁(염혜란)을 비롯해 족발집 혜정(이상희), 구청 팀장(박철민), 구청 직원 아영(정연주), 종현(이지훈), 민재 동생 영재(성유빈)까지 개성 있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분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옥분의 최측근인 진주댁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로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영화 초반 정확히 말해주지 않으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부분이 밝혀지면서 가슴을 울리기 시작한다. 바로 옥분이 위안부 희생자라는 사실. 그 순간 민재의 “죄송합니다”라는 대사가 등장해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되면서 그런 걱정은 사라진다. 10년 전 실제로 있었던 청문회를 모티브로 한 옥분의 연설 장면은 관객들에게 아픈 역사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관객들이 한 마음으로 옥분을 응원할 수 있게 한다.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영어 연설을 하는 나문희의 연기는 두 말 할 것도 없다. 아픔을 겪었지만 담담히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 그 자체다. 나문희를 서포트하는 이제훈의 연기도 과하지 않다. 이제훈은 할머니를 응원하고 싶은 관객들을 대변해 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에서는 구청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근무하는 모습이나,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등의 장면이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추석 영화라는 느낌이 나게 한다. 개봉은 21일. 추석 관객들을 노리기엔 조금 이르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조금 이른 9월 말부터 추석 연휴까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만한 힘을 지녔다. 높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전형적일 수 있는 내용을 산뜻하게 풀어, 관객들에게 신선한 반전을 준다. 김 감독은 사실에 대해 깊이 모르다가 알게 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영화에 그대로 녹여내고 싶었다고 한다. 김 감독의 의도대로 관객들이 뒤통수를 맞고 감동을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기자 kyun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