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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임시완 "나의 강점? 대단한 선배님들과 호흡"

기사 등록 2017-05-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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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유지윤기자]임시완은 자신에게 강렬한 얼굴이 있다는 걸 예상이나 했을까.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속 조현수에서는 '미생' 장그래를 찾아볼 수 없다. 싹 지웠다는 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리라. 임시완은 도화지같은 자신의 얼굴을 맘껏 휘갈기고 구겨놨다. 그런데 묘하게 '착한 임시완'보다는 '불한당' 임시완이 제법 마음에 든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범죄조직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가 교도소에서 만나 의리를 다지고, 출소 후 의기투합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임시완은 '불한당'을 향해 쏟아지는 극찬 기사와 호평에 놀란 눈치였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까지 초청받았건만, 정작 임시완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하고 연기했다고 전했다.

"잘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관계자들도 아닌 일반 지인들이 기술적인 면이 색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칭찬을 들을 때마다 '감독님의 진가를 나만 모르고 있었나' 싶더라고요. 저는 진짜 가벼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거든요."

임시완이 '불한당' 시나리오를 집어든 이유는 '재미'였다. 많은 영화들이 색다른 걸 시도하고, 메시지에 감동을 주려하지만, 관객들이 보면서 느끼는 '재미'요소도 크게 매겨져야 할 가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영화는 제가 출연은 안해도 개봉하면 봐야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던 건 '불한당'을 소개할 때 소재적인 면에서 새로운 영화라고 어필할 자신이 없다는거였어요. 그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었죠. 충분히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극중 한재호가 조현수에게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장면이 있다. 재미있는건 관객들도, 배우들도 한재호가 말한 과거가 진실이라는 걸 모른다. 곧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불한당'이 주는 해석의 자유인 셈.

"해석마다 신들이 다르게 보이는게 참 재미있어요. 저는 굳건히 한재호 형님의 말을 진실이라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형님은 또 아니라고 하시니까. 제가 해석한 것도 말이 되고, 선배님이 설정한 것도 맞아 떨어져요. 이게 영화의 묘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해를 품은 달'을 통해 배우 임시완으로 첫 도전을 했다. '미생'으로는 장그래라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변호인'의 진우로는 천만배우가 됐다. '불한당'은 임시완에게 어떤 의미를 안겨줄까.

"'변호인'을 제가 자주 봤었거든요. 이 작품도 제가 자주 꺼내볼 것 같아요. '변호인'을 여러 번 볼 때랑은 목적 자체가 다르겠죠. '변호인'은 메시지적으로 무거운 영화였어요. 일차원적으로 선배님들의 연기가 너무 신기했고, 고차원적인 연기를 봤기 때문에 되새김질 해보자는 의도가 컸었는데 '불한당'은 재미있어서 자주 볼 것 같아요."

"칸 영화제의 의미를 전 잘 몰랐어요. 세계 3대 영화제라는 것만 알고 있었죠. 칸 영화제에 초청된 '불한당'이 제게 어떤 반향점이 될지 기대가 큽니다."

사실 임시완은 '불한당'의 조현수를 어둡고 진지하게 대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조현수에 대한 캐릭터 설정을 나름대로 잡았지만 변 감독은 반대로 설정했다. 변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고 연기하니 희미했던 조현수가 점점 명확해졌다.

"캐릭터가 후반에 치닫기 때문에 초반에 했던 설정은 애초부터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오히려 그걸 뒤틀어서 가볍고 재기발랄하게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현수가 극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보자는 거였죠. 감독님의 말을 믿고 따라갔고 연기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어요."

"감정이 복합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한 대 때리면 '아프다'라고 바로 표현하는 사람이죠. 교도소에서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그 반응 역시 즉각적이고요. 그래서 오히려 현수를 표현하기가 명쾌했어요."

촬영을 하면서 변성현 감독과 가장 많이 나눈 대화는 무엇일까. 되돌아온 대답은 '역대급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였다. 임시완과 변성현 감독의 신뢰가 쌓여가고 있었다.

"감독님과 어느 순간부터 연기에 대해 대화를 안했어요.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작용을 한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 새로운 경험이었네요. 지금까지 이렇게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안한 건 처음이라서요."

관객들도 임시완의 거친 연기를 보는 것이 처음이겠지만, 임시완 역시 자신의 몰랐던 얼굴을 발견했다. 배우에게 연기를 통해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얼굴을 발견했다는 건 희열이다. 임시완은 '불한당'에서 농도 짙은 희열을 느꼈다.

"마지막 엔딩신, 그 때 역시도 명쾌한 감정을 가지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모니터링을 하는데 저도 몰랐던 제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항상 연기를 할 때 어던 새로운 모습이 나올까, 어떻게 찍힐까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긴해요. 매번 제 새로운 얼굴을 보긴하는데 강도가 크가 작고에서 차이가 오는 것 같아요. 이번엔 참 크게 다가왔습니다."

제국의아이들로 시작해 연기돌이 아닌 배우 임시완이 되기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자꾸 임시완을 찾는 이유는 뭘까. 배우에게 자기 입으로 칭찬과 강점을 요구하면 보통 난감해한다. 임시완 역시 그랬다. 하지만 임시완은 자신의 강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현명한 배우였다.

"대단한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는 것 자체가 제 강점을 강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뭘까'란 고민을 해봤는데 결론은 대단한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춰봤다였어요. 저는 감사하게 그런 기회가 적지 않았거든요. 그 부분들이 저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앞으로도 그 점을 잘 받아들여 더 좋은 배우가 되고싶습니다."

유지윤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