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데일리

[기자가 간다]또 다른 힐링, 이언정 작가에게 배우는 ‘생활 스케치’

기사 등록 2016-08-16 01:11

Copyright ⓒ Issuedaily. 즐겁고 신나고 유익한 뉴스, 이슈데일리(www.issuedaily.com) 무단 전재 배포금지

[이슈데일리 한해선기자] 직접 발로 뛰며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정신을 지향하는 스마트&벤처 미디어 이슈데일리. 이번에는 이슈데일리 기자가 생활스케치에 도전해봤다. <편집자 주>

흔히들 미술은 함부로 접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는 편견이 있다. 필자 역시 학창시절 이후로는 미학을 접할 일이 없었을 뿐더러 자체적으로 나서서 그림을 그릴 일도 없을 만큼 미술과 친하지 않았던 한 사람이다.

미술은 어디까지나 미술 하는 사람들만의 것일 거라는 편견 또한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심적 위안, 치료를 위해 그 와중에 주말을 맞아 미술관을 찾는가 하면, 최근에는 손쉽게 컬러링북에 직접 색을 입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술에 접근하기도 한다.

쉬운 방법으로 스케치를 할 수도 있다. 가끔 야외나 카페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막연하게 쓱쓱 그려보고픈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지 않은가. 필자는 미술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쉽게 그려볼 수 있는 생활 스케치에 도전해봤다.

현대미술 작가 이언정 씨로부터 조언을 받아 생활 스케치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단계를 접해 봤다. 이언정 작가는 스케치조차 버거운 이들이 스케치의 개념을 익히면서 채색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먹지를 이용한 스케치 따라 그리기를 추천했다.

이 작가는 “초보자가 처음부터 직접 스케치를 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스케치만 해도 지쳐버린다. 보통 사람들이 미술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는, 굳이 대상과 똑같이 담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그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쉽다”며 처음에는 원하는 이미지를 잡지나 인터넷에서 골라 쉽게 그리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는 처음부터 부담 없이 편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종이는 손바닥 만한 크기로도 충분하다. 최근 유행인 컬러링북은 본인이 원하는 크기로 담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과정을 준비하면서는 처음부터 원하는 크기의 종이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채색 도구는 굳이 비싼 물감이 아니더라도 색연필 등으로 충분하다.

먹지를 이용한 그림 그리기로는 다양한 이미지를 합성하듯 꼴라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작가는 수채화를 염두, 가급적 두꺼운 종이에 그리기를 추천했으며 이날 필자는 파브리아노 수채화지를 이용했다. 비쌀 필요 없이 켄트지도 괜찮다. 부담 없이 준비하고 그릴 수 있는 게 생활 스케치의 매력이니까. 보통의 준비물은 그림이 담길 종이와 먹지, 연필 혹은 볼펜, 색연필 혹은 물감, 스케치를 딸 이미지 정도다.

과정은 이렇다. 그림이 직접 담길 종이를 맨 아래에 깔고, 먹이 발린 면을 종이쪽으로 엎어 얹은 후 이미지를 위에 놓고 연필이나 볼펜으로 윤곽을 따라 그린다. 먹지를 대고 그릴 때 먹지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것에 주의하기 위해 먹지와 이미지를 모두 테이프로 살짝 고정해놓는 게 좋다. 스케치만 그렇게 따라 그리는 과정은 약 10~20분 정도가 걸린다. A4의 반인 A5 사이즈 기준이다. 비교적 쉬운 이미지부터 시작해 큰 형태를 잡고 세부적인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

비록 있는 그대로의 선을 따라 그렸음에도 스케치만 하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다. 하지만 차분하게 선을 따라 그리면서 해당 과정부터 마음이 가라앉으며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원본과의 윤곽선을 일치시키는 과정에서 집중력도 더해진 것 같았다. 기술적으로도 예전이라면 막연하게 담았을 법한 풍경이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미학적인 구도를 배울 수 있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가 보다. 참고로 이 과정은 홍대 미술생 뿐만 아니라 헨리 다거(Henry Darger) 등 과거와 현재 수많은 작가들도 작업하는 방식이다.

스케치가 완성된 후에는 채색 단계에 들어갔다. 이 작가는 “방금 사용한 먹지의 성분은 유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수성의 재료가 반발작용이 있으므로 채색하기 좋다.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도 수채화가 익숙하고 편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필자는 수채화로 그림을 완성시켜봤다.

이 작가가 초보자에게 전한 팁으로는, 채색 과정에서는 밝은 면부터 색칠하는 게 좋다. 어두운 곳이나 수정은 나중에 덧칠을 하면 된다는 것이 이유다. 또한 색상을 표현할 때 굳이 원본 그대로나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색깔로만 칠하지 않아도 된다. 원칙이 있는 게 아니니 자신의 상상대로 자유롭게 그리면 된다. 미술에는 정답이 없으니.

수채화 물감으로 색칠할 때에는 물 조절이 관건이다. 색을 겹쳐서 칠할 때는 옅게 바른 색이 마른 후 덧칠하는 게 좋다. 또 물감을 있는 그대로 쓰면 채도가 높지만, 많이 섞으면 섞을수록 탁해지므로 주의해야한다. 일상에서는 아무래도 작은 규모의 그림을 많이 그릴 것이므로 0~4호 정도의 세필붓이 오히려 초보가 쓰기에는 적당하다.

이런 저런 조언을 들으며 채색을 완성시켰다. 새삼 내가 알던 풀과 나무, 물의 색이 이렇게나 다양했던가를 느꼈고, 빛을 받은 나무 잎사귀 한 잎들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그림 속에서 내가 알던 세상을 새롭게 접한 것만 같았다.

그림을 그리며 사물의 본질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차분하게 그림을 그리는 과정들이 생각보다 훨씬 큰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르게 감정이 이완되고 마음의 안식이 취해졌다. 과연 미술을 통한 정신 치료가 효과적이겠다는 공감도 됐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는다면 간단한 스케치를 택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 이언정 작가 소개

2010 홍익대학교 판화과 졸업
2016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판화과 졸업
2013 제33회 한국 현대판화공모전 특선
2014 제7회 서울 메트로 미술대전 대상
2015 미국 히달고 시립 아트뮤지움 한국작가초대전
2016 Urban Space(BELT 2016 선정 작가)

http://www.pizmin.com

한해선기자 chu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