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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간다] 이번엔 드럼이다 ‘위플래쉬’의 앤드류를 꿈꾸며

기사 등록 2016-06-2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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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김상록기자] 늘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고 발로 뛰는 스마트&벤처 미디어. 이슈데일리 기자들이 이번에는 밴드의 기본이자 모든 음악의 중심 드러머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드럼 스틱을 쥐는 기본적인 방법과 명칭 등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갔던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드럼과 친해지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강렬하고 남자다운 비트의 드럼은 겉으로만 봤을때는 상당히 박력 있는 악기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접한 드럼이라는 녀석은 굉장히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필요했다.

마치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듯 그윽하고 진지한 눈빛과 터치.여기에 매일 봐도 질리지 않을 수 있는 애정이 있어야만 도도한 드럼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었다.

지난 편에도 언급했지만 그만큼 열정과 노력이 없다면 애당초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육체와 정신건강에 좋다.

초보자들은 대부분 작은 고무 패드로 이루어진 스네어 드럼의 모형을 놓고 반복되는 연습에 들어간다. 두 손바닥을 합친 크기의 원형을 보며 계속해서 스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기자는 방망이로 빨랫감을 부지런히 두들기는 어머니들이 된 것 마냥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박자와 리듬감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며 팔의 움직임과 각도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

임청 선생님은 “이걸 하루종일 하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냐”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건넸다.

그는 “패드로 연습을 하는게 기본적인 감을 익히는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오래하면 실제 드럼을 치려고 할 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치는 면적과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스틱과 드럼이 친근해질 수 있는 수준이 될때까지만 하는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이 방법은 주로 동양에서 이용되고,유럽을 비롯한 서양권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드럼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후에는 미리 녹음된 드럼 사운드를 듣고 스스로 리듬을 맞추는 연습을 했다. 시계추가 울리듯이 ‘똑딱똑딱’ 반복되는 음을 계속 들으며 스틱을 움직이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나중에는 들리는 소리와 팔이 점점 따로 노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교회에서 드럼을 자연스럽게 접했다는 사진 기자는 허둥지둥대는 기자의 모습을 보며 ‘별로 어려운게 아닌데…왜?’라는 듯한 말을 표정으로 대신했다. 기자 역시 ‘내가 이렇게 박치였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우여곡절끝에 1차 연습을 마치고 드디어 필드로 나섰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타일이자 흔히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연주방법을 배웠다.

일명 ‘쿵치딱치’, ‘원&투&쓰리&포&’라는 박자를 머릿속에 새기며 자꾸만 따로 움직이는 팔,다리를 한데 모으기 위해 애썼다.

베이스 드럼의 페달을 밟으며 오른손에 파지한 스틱으로 하이햇 심벌을 치는 것이 ‘원’. 그리고 하이햇 심벌과 스내어를 동시에 치는 단계가 ‘투’. 이후 ‘쓰리’에서는 다시 ‘원’을 반복하고, ‘포’에서도 마찬가지로 ‘투’의 단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기본적인 순서였다.

팔과 다리를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 이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임청 사부는 “원래 악기라는 것이 몸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놔두지 않는다”라며 작은 위로를 선물했다.

꾸준히 동일한 과정을 연습하며 몸을 맞추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곡을 직접 듣고 드럼을 치는 관문에 노크를 했다. 귀가 찢어질듯한 메탈을 즐겨 듣는 기자는 마음 같아서는 Judas Preist의 ‘Painkiller’ 같은 초고속 비트를 연주해보고 싶었지만, 120분 안에 그 단계로 가는 것은 큰 욕심이었다.

결국,고심 끝에 선정한 곡은 부활의 ‘Never ending story’ 였다. 감미로운 록 발라드라면 도전해 볼만하겠다는 부푼 자신감을 안고 드럼에 앉았다. 막상 곡이 시작되자 어느 부분에 치고 나와야 할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노래를 들으면서 박자에 맞춰 연주를 해야 한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론적으로는 알 수 있었다. 다만, 그에 반응하는 몸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슬픈 현실에 놓였을 뿐이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기본 박자와 스탭.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조금씩 조금씩 소리를 맞춰나갔다. 옆에서 계속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위대한 사부님 덕분에 미세하게나마 감을 잡아가는데 성공했다.

선생님은 내가 기존 박자보다 한 박자씩 치는 속도가 빠르다며 원래 성격이 급하냐는 질문을 했다. ‘네…기자들이 성격이 급한 편이에요’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딱히 수업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아닐 것 같아서 속으로 삭였다.

조금 더 빠른 박자를 시도해보는게 좋겠다는 그의 말에 따라 두번째 도전 곡은 박효신의 ‘눈의 꽃’이 선정됐다.

처음 접할때는 ‘이 곡이 빠르다고?’라는 의문이 떠올랐지만, 다 뜻이 있을거라 믿고 묵묵히 사부님의 지도를 따랐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눈의 꽃’은 원곡을 편곡한 버전이었다. ‘Never Ending Story’ 보다 확실히 빠름을 알 수 있었다. 점점 빨라지는 호흡과 슬슬 저려오는 팔이 그 증거였다.

드럼이 나를 치는 것인지,내가 드럼을 치는 것인지 잠시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처음 연습실에 들어섰을 때 어렴풋이 상상했던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희망으로 바꼈다는 점이다.

무언가 맞춰지는 듯한 소리의 발견을 접하게 되자 기자는 서서히 드럼에 빠져들었다.

마지막으로는 빅마마의 ‘체념’을 연주했다. 발라드라고 해서 다 같은 발라드가 아니었다. 미세하게 템포의 차이가 있었고 ‘체념’ 역시 귀로 듣는 것보다 직접 연주를 해보니 속도가 꽤 빠른 곡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한 손과 발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교차되기 시작했고, 기자의 입에서는 노래의 가사가 흘러나왔다. 드러머들이 왜 연주할 때 노래를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에어컨을 틀어놔서 몸에 땀은 나지 않았지만, 격렬한 칼로리가 소모됐음이 감지됐다. 살짝 떨리는 팔과 갑자기 뻐근해지는 다리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120분의 시간을 드러냈다.

영화 ‘위플래쉬’의 주인공 앤드류는 24시간 내내 드럼만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굳은살이 베기고 피가 흐르는 손을 보면서도 멈출 수 없는 드럼의 매력은 무엇일까? 물론 그처럼 손에서 피가 새어나올 때까지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진짜 드러머가 되기를 꿈꾸는 이가 아니라면…)

그것은 아마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냈을 때 얻을 수 있는 희열과 성취감일 것이다. 비록 그 무언가를 잡아내기까지의 과정은 누구보다 치열할지라도… “끝이 있으면 재미없잖아요” 이번 ‘기자가 간다’ 편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임청 선생님의 명언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위대했던(?) 드럼 도전기는 여기서 막을 내린다.

(사진=이슈데일리 박은비 기자)

*가수 나비드 밴드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임청 드러머의 화끈하고 다이내믹한 공연이 기다립니다.

-2016 나비드 전국투어 콘서트(7월 1,2일 오후 7시 충무로 코쿤홀)-

김상록기자 honjk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