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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구]'완득이' 흥행코드는 뭐? '작위적인 감동' 아닌 '스스로 행복 찾아가는 감동'

기사 등록 2011-11-1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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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박혜정기자] 300만 돌파 영화 ‘완득이’(감독 이한)가 변함 없는 흥행독주로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 14일 ‘완득이’는 '완득이 신드롬'을 만들어 내며 전국 365개의 상영관에서 5만2630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이 영화는 지난달 20일 개봉 이래 361만4800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완득이'가 꾸준히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며 승승장구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01.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놈

카바레에서 광대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척추장애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서 은근슬쩍 빌붙어 삼촌 행세를 하는 허우대만 멀쩡한 푼수, 여기에 엄마마저 필리핀 출신으로 아들만 낳아놓고 가출했습니다. 옥탑방에서 세 식구가 라면과 기초생활수급품으로 지급되는 햇반으로 끼니를 잇고 있습니다. 가난한건 기본이고 도무지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집안입니다. 아무리 가정환경이 열악하다 해도 이렇게 열악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오죽했으면 원작에서 조차 완득이를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놈'이라고 했다는데, 정말 딱 맞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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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은 이렇게 대부분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소외계층입니다. 보잘 것 없고 열악한 환경 때문에 완득이는 당연히(?) 공부도 지지리 못합니다. 가끔 아버지의 장애를 조롱하면 '욱'하는 성질에 주변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완득이는 문제아도 아니고, 불량 학생도 아닙니다. 불뚝하는 성깔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완득이가 그렇게 삐딱한 학생은 아닙니다. 영화 속 결손가정에서 흔히볼 수 있는 반항아는 아니라는 것 입니다. 완득이는 모범생만 아닐뿐 오히려 순진한 아이에 가깝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희망 없는 삶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눈빛에 촛점도 없고 생기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전반적으로 그렇게 밝은 모습도 아니고, 약간 흐리멍텅한 인상입니다. 완득이에겐 이렇다할 관심사도 없고, 그렇다고 무슨 내세울 만한 특기 같은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삶의 뚜렷한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다.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왜 살아 가는지는 본인도 잘 모릅니다. 대책 없는 환경에 친구마저 없는 탓에 완득이의 일상은 웬지 외롭고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

02. 껄렁해 보이는 완득이와 껄렁한 동주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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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는 별 관심 없이 의무적으로 학교와 집을 오가는 완득이에게 가장 가까운 인물은 친구가 아닌 담임 동주 선생입니다. 동주 선생은 담임인데다 완득이네 옆집 옥탑방에 사는 관계로 집과 학교에서 자주 완득이와 마주칩니다. 결국 수시로 마주는데다 동주 선생이 완득이에게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가까워 보일 뿐입니다.

껄렁해 보이지만 순진한 구석이 있는 완득이는 장난끼 가득한 동주 선생에겐 좋은 먹잇감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마주치기만 하면 "얌마! 도완득~!" 이라 불러대는데다, 기초 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완득이의 햇반까지 수시로 뺏어먹는게 동주 선생입니다.

동주 선생은 선생이나 멘토라기 보다는 껄렁한 이웃집 아저씨에 가깝습니다. 선생은 완득이에게 공부하라거나 모범적인 학생이 되라고 다그치진 않습니다. 다만 대책 없고 희망 없는 삶이라도,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할 뿐입니다.

동주 선생은 완득이건 그 누구이건 기본적으로 가르치거나 이끌려하지 않습니다. 본인도 문제가 있는 동주 선생이 선생이라는 직함을 내세워 누구를 교화하려 드는 것은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체질도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껄렁한 스타일을 살려 완득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선생만의 독특한 스타일은 완득이에게 안도감을주고, 완득이가 엇나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면서 영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03. 스스로 살아가는 방식을 깨우쳐가는 완득

거리에서 광대쇼로 먹고 사는 장애인 아버지와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깝깝한 완득이 앞에 어느날 필리핀 출신 생모가 나타납니다. 엎친데 덮친격이라고나 할까, 느닷없는 생모의 등장에 완득이는 반가움과 애처로운 마음이 뒤섞여 잠시 방황하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식당 일을 하는 필리핀 엄마를 살뜰히 챙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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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킥복싱은 완득이의 유일한 탈출구나 다름없습니다. 복싱 도장에서 완득이는 울분을 토하듯 스파링 파트너를 몰아부치다가 관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하고, 연습 스파링에서 관장에게 떡이 되도록 두들겨 맞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은 자신의 울분을 고분고분 받아줄 정도로 그리 호락호락한게 아니란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면서 완득이는 킥복싱을 통해 자신을 혹독하게 다그치고 채찍질합니다.

얼핏 동주 선생은 완득이를 완전 무시하는 듯 보이지만, 영화에서 동주 선생은 누구보다 완득이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몇 안되는 인물입니다. 완득이를 향한 선생의 남다른 관심이 그 증거입니다. 아무 능력도 없고 별다른 희망도 없어서 소외감만 더욱 키워가던 완득이에게 동주 선생은 끊임없이 말을 걸면서 할 일을 찾아줍니다. 완득이는 킥복싱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고 동주 선생을 통해 세상사를 익히면서 조금씩 그리고 아주 서서히 스스로 살아가는 방식을 깨우쳐갑니다.

04. 누추하지만 유쾌하고 따뜻한 성장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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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 없는 소외계층의 누추한 삶을 다루고 있지만, 그들의 꿀꿀한 일상을 우울하지 않고 경쾌하게 그려가는게 이 영화의 미덕입니다. 장애인과 기초생활 수급자, 그리고 이주민 노동자 등 영화엔 온갖 소외계층이 등장하지만, 모두 자기 수준에서 자신들만의 삶에 충실합니다. 비록 누추하고 열악하지만 그곳에도 그곳 사람들만의 삶이 있습니다. 옥탑방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표현대로 완득이는 그곳에서 동주 선생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의 교류를 통해 세상을 익혀갑니다.

그리고 결점을 지닌 청소년이 온갖 시련과 역경을 극복해가면서 목표를 이뤄가는 통상적인 성장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게 이 영화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엘리어트 만한 그 어떤 재능도 완득이에겐 없습니다. 킥복싱을 하지만 재능이라고 말할 수준은 아닙니다. 따라서 영화에는 주인공의 도전의식이나 목표의식 같은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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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속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갈고 닦거나, 어떤 도전을 통해 목표를 성취해가는 성장드라마가 아닙니다. 영화 '완득이'는 이웃과의 소통, 엄마와의 만남 같은 자잘한 일상과 소시민적 삶을 통해 자기 주변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조금씩 행복해지는 완득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물들과의 교감 속에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깨닫는 이야기입니다. 비록 뿌듯한 성취감은 없지만, 주변과 공감대를 넓히면서 얻어지는 작은 기쁨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작위적인 감동 보다는 훈훈한 미소를 자아냅니다.

박혜정기자 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