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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미옥’ 김혜수, 그의 도전은 여전히 계속된다

기사 등록 2017-11-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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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호두앤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제공
[이슈데일리 김나연기자] 1986년 영화 ‘깜보’로 스크린 데뷔 후 현재까지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명실상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배우 김혜수. 특히 그는 영화 ‘타짜’ tvN ‘시그널’ 등에서 강인한 여성상의 캐릭터를 도맡으며 당당한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런 김혜수가 이번에는 영화 ‘미옥’을 통해 매혹적인 킬러로 완벽히 분함으로서 그만의 묵직한 카리스마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나선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는 영화 ‘미옥’과 자신이 맡은 나현정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진솔한 생각을 전했다.

‘미옥’은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범죄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 분)과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의 해결사 임상훈(이선균 분) 그리고 그들을 쫒는 검사 최대식(이희준 분)의 갈등을 다룬 영화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느와르물에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밀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영화는 여성 느와르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수많은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주인공 나현정을 맡은 김혜수의 부담감도 적지 않을 터.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느와르 장르였고 그 중심에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워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느와르에서 다뤄지는 인물간의 관계와 어긋남, 그리고 파국과 함께 묵직하게 전해지는 오랜 여운을 좋아하거든요. 특별히 여성 느와르라는 점을 의식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영화 개봉이 다가오고 영화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점점 부담이 되더라구요.”

▲ 사진=호두앤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제공
극중 현정은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범죄조직에서 손을 떼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김혜수는 그런 현정의 욕망에 “끌림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정의 욕망 보다는 그의 아들 주환을 향한 모성애가 중심이 되었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한 김혜수의 생각을 어떨까.

“현정의 욕망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다는 거예요. 그리고 현정은 초지일관 그 욕망을 쫓는 사람이죠. 모성애가 대두된다고 받아들이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현정이 욕망을 쫓는 과정에서 주환이 포함됐을 뿐 인거죠. 그걸 두고 모성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모성의 감정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있다고 갑자기 모성애가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특히 ‘미옥’에서는 현정의 거친 액션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옥’을 통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액션연기에 도전하게 된 김혜수지만 결코 처음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소화해 냈다. 그는 촬영 뿐 만 아니라 리허설 당시에도 대역이 아닌 직접 액션 연기를 취하는 등 액션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무술팀이 정말 잘 해 주셨죠. 의도치 않게 다른 스케줄과 겹쳐서 액션에 대한 준비를 많이 못했어요. 액션 초짜인 저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을 짜고 이끌어 주셨어요. 제가 무사히 액션신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의 8할은 이 팀 덕분이에요. 사실 많이 다칠 줄 알았거든요. 그간 액션연기를 해 본적은 없었지만 촬영장에서 사고 순간을 본적이 많아서 트라우마도 있었는데 무술팀 덕에 큰 부상 없이 무사히 끝냈어요. 운이 좋았죠.”

▲ 사진=호두앤엔터테인먼트&강영호 작가 제공
배우 김혜수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여성 원탑 영화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수식어다. 오랜 연기 경력을 유지해 오며 커리어 우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그의 모습은 뭇 남성들에게 뒤지지 않는 그만의 포스를 가진다. 많은 대중들이 ‘미옥’의 현정 역을 김혜수가 맡았다는 사실에 환호성을 보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며 머쓱한 반응을 보였다.

“원톱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 만한 작품을 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여성 원톱의 영화 자체가 많지 않잖아요. 배우로서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제 역량에 비해 많은 기회가 제공됐고 그로 인해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거죠. 저 나름대로 백조처럼 발버둥 치며 치열하게 노력하긴 했지만 그건 당연한 거니까요.”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배우였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면서도 그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김혜수는 너무 겸손한 것이 아니냐는 말에도 그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에게 만족하는 배우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아마 그런 그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배우로서의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저는 제가 어떤 배우인지 정의 하려고 하지 않아요. 제가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가 ‘어떤 배우다’라고 정의해 두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스스로를 틀 안에 가둬두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나가는 배우 김혜수. ‘미옥’을 통해 배우 인생 첫 액션 연기를 완벽히 소화해 낸 그의 새로운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나연기자 delight_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