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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호의 연예카페]아내 VS 아내, ‘세결여’ 손여은-‘기황후’ 백진희

기사 등록 2014-03-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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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최현호기자]최근 전처와 후처, 혹은 정실과 첩의 관계가 드라마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부부관계는 어디를 가나 치열한 대립으로 점철돼 있다.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에서는 채린(손여은 분)이 시댁인 남편 정태원(송창의 분)의 집에서 그야말로 끈질기게 버티는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채린은 전처인 오은수(이지아 분)와 이혼한 정태원의 딸 정슬기(김지영 분)에게 손찌검을 한 것이 발각된 뒤 정태원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또 채린을 향한 비난은 정태원은 물론 그의 어머니 최여사(김용림 분)와 시누이 정태희(김정난 분)에게서도 쏟아졌다.

문제는 채린의 태도. 채린은 오은수에 대한 질투 때문에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정슬기를 때리는 것도 모자라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뻔뻔함으로 시청자들을 당혹케 했다. 게다가 정슬기를 때리는 것을 목격한 임실댁(허진 분)에게 돈을 쥐어주려는 채린의 모습은 그야말로 악처의 결정판이었다. 이혼 위기에 놓인 채린은 급기야 자신의 아버지에게 말해 남편 정태원을 설득시키는 시도를 한다.

이후 오은수가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의 전 시댁으로 쳐들어와 딸을 데려가며 채린과 대립했다. 이 상황에서도 채린은 마치 백지장을 대하는 듯 꾸밈없이 순수한 악을 연상시켰다. 채린은 오히려 오은수를 나무랐다.

이런 독특한 악처 혹은 후처 역할을 감당한 손여은의 효과는 ‘세결여’를 동시간대 1위로 이끌며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임팩트 있는 악처 캐릭터로 시청률 상승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강렬한 악처 캐릭터로 인한 시청률 고공행진은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물론 다양한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지만, 백진희가 연기하는 타나실리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여파로 KBS2 ‘개그콘서트’에서는 개그우먼 오나미가 백진희의 배역을 패러디한 타나미실리 역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타나실리는 본래 원나라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의 딸로 황제 타환(지창욱 분)의 정실부인이자 황후다. 등장부터 타환의 어머니인 황태후(김서형 분)와 신경전을 벌이며 악독함을 후궁들에게 쏟아 부었다. 회임이 불가능한 타나실리는 임신을 하지 못하게 하는 탕약을 후궁들에게 먹이면서 더욱 지독한 면모를 드러냈다.

특히 타나실리는 기승냥(하지원 분)이 타환의 사랑을 독차지 하자, 그를 집요하게 괴롭히며 급기야 죽이려는 시도를 자행했다. 심지어는 주술까지 동원됐다. 지난 34회에서 타나실리는 기승냥의 회임 소식을 접하고, 타환이 자신의 아들 마하에게는 무관심으로 일관하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주술인 견고술로 기승냥을 괴롭혔다.

백진희는 타나실리로서 연기변신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여린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함은 노골적인 행악과 함께 극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세결여’의 손여은 역시 악행을 행하나 타나실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순진무구함을 내비치는 이기적인 채린 역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아냈다.

이처럼 아내들의 싸움은 시대와 스케일, 전처와 후처, 정실과 첩을 넘어 안방극장을 휘어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복수에 불타는 여주인공만이 아닌, 획일화되지 않은 아내 캐릭터들이 앞으로 어떻게 브라운관을 장악할지 기대를 모은다.

최현호기자 lokkl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