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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워킹 맘 육아 대디’, 진정한 이해는 ‘당연함’에 대한 의심에서

기사 등록 2016-09-3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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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데일리 양지연기자] 10여 년이 되는 시간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무엇인가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당연함 속에 나를 향한 누군가의 애정과 희생이 깃들어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도 그것이 여전히 당연함으로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워킹 맘 육아 대디’는 내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누군가의 고단한 희생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사소한 진실을 깨우치게 도왔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워킹 맘 육아 대디(극본 이숙진, 연출 최이섭 박원국)’에서는 은연중에 정현(신은정 분)의 업무를 무시했던 혁기(공정환 분)가 본인을 되돌아보고 변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혁기는 여러 가지 일로 바쁜 와중에도 자신을 위해 도시락을 싸서 병원을 찾아온 정현에게 “이게 뭐 그리 힘든 일이야”라며 그의 노력을 무시했다.

육아와 프리랜서 업무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정현은 그런 혁기의 태도에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며 일정을 위해 황급히 병원을 떠났다.

이어 자신의 병원에 입원한 수란(이경진 분)의 차도를 살피러 병실을 찾은 혁기에게 해순(길해연 분)은 같이 도시락을 먹자며 막무가내로 따라나섰다. 정현이 싸준 도시락을 먹던 해순은 설마 삼시세끼 다 아내가 차려 주는 것이냐며 놀라워했다.

퇴근 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육아품앗이 터에 찾은 혁기는 일목(한지상 분)에게 비슷한 맥락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집사람이 차려주는 밥 아니면 안 먹어요. 우리 애 엄마는 삼시세끼 다 차립니다. 남편이라면 그정도 대접은 받고 살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혁기에게 일목은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도 고단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해순과 일목의 반응은 혁기가 좀 더 정현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표정을 관리하던 혁기는 집에 돌아와 일에 몰두하고 있는 정현을 발견하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혁기는 자신이 퇴근한 것을 보고 저녁을 차려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정현을 말렸다. 그는 “앞으로 점심은 병원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집에 있을 때만 먹을게. 아침만 신경 써 줘”라고 말을 건넸다. 혁기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정현은 혁기의 볼을 꼬집기까지 했다.

지난 10년 간 혁기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의 세끼 식사를 차리고 육아를 도맡아하는 등 묵묵하게 집안일을 해왔던 정현은 은솔(고나희 분)에게 “이제 아빠 저녁 안 해도 된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드라마 초반, 자신의 사고방식만 맞다고 고집하던 혁기가 어느덧 주위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소중한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훈훈함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베푸는 노력 중에 당연하게 받아들여도 되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 혁기라는 인물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됐다. 이처럼 ‘워킹 맘 육아 대디’는 회가 거듭될수록 등장인물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교훈과 깨달음을 안기며 ‘힐링 드라마’로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사진=MBC ‘워킹 맘 육아 대디’ 캡처)

양지연기자 jy4429@